1. 레고(LEGO)의 뼈아픈 흑역사
'레고(LEGO)'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덴마크어 'LEG GODT(잘 놀다)'에서 유래한 이 브랜드는 1932년 창업 이래 "최고만이 최선이다"라는 철학을 고수해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블록이 호환되는 '놀이 시스템(System of Play)'을 구축하며 무한한 창작의 확장성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레고에게도 뼈아픈 흑역사가 존재합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3년까지, 레고는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며 한 해에만 약 3,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파산 직전까지 몰리게 됩니다. 도대체 레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2. 위기의 원인: 핵심 역량을 외면한 방황
레고의 위기는 '과도한 혁신과 확장' 때문이었습니다. 기업이 핵심 역량을 망각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무리한 사업 다각화: 비디오 게임, 의류, 보석, 심지어 테마파크(레고랜드)까지 본질과 무관한 사업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었습니다. 핵심 역량과 거리가 먼 곳으로 자원이 분산되어 브랜드 정체성에 큰 혼란이 왔습니다.
- 공급망 붕괴와 비효율: 레고 부품 종류가 1997년 6,000여 개에서 2004년 무려 14,000개로 늘어나 부품 관리가 어려워졌고, 재고가 쌓이며 비용 구조가 최악으로 치닫았습니다.
- 시장 지향성 부재: 소비자는 '창의적 조립'의 매력에 레고를 구매했지만, 고객 니즈를 외면한 제품을 라인업 하였고 당시 경영진의 분석에 따르면 새로 출시된 제품의 94%가 수익성이 없었습니다.
*코닥(Kodak), 나이키, 그리고 레고의 딜레마
블로그에서 다루었던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레고의 상황이 좀 더 와닿습니다.
- 코닥의 파산 (카니발리제이션의 두려움): 코닥은 자신이 잘하는 '필름'에만 너무 집착하여, 자기 잠식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새로운 혁신을 거부하다 무너졌습니다.
- 레고의 파산 위기 (본질의 망각): 반면 레고는 코닥과는 반대로 자신이 가장 잘하는 본질(브릭)을 버리고, 무리하게 비디오 게임, 의류 등을 탐내다가 위기를 맞았습니다.
지난번 '나이키의 진짜 경쟁자는 왜 닌텐도일까?'에서 다룬 마케팅 마이오피아(근시안)처럼 업의 본질을 너무 좁게 보는 것도 위험하지만, 반대로 레고처럼 본질을 외면하고 무리한 확장 역시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3. 위기 극복과 부활: 다시 기본으로, "Back to the Brick"

2004년, 위기에 빠진 레고를 구하기 위해 36세의 젊은 구원투수 '외르겐 비그 크누드스토르프' CEO가 등판합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레고는 더 이상 성장해서는 안 된다. 생존해야 한다"라고 선언하며 강력한 체질 개선에 나섭니다.
① 핵심으로의 회귀 (Back to the Brick)
가장 먼저 14,000개에 달하던 부품 수를 7,000여 개로 과감히 줄여 관리 효율을 극대화하였고, 레고랜드 지분을 매각하는 등 비핵심 사업을 모조리 정리하고, 핵심 제품군을 강화하여 레고의 본질인 '브릭(Brick)' 자체의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② 팬덤을 활용한 오픈 이노베이션 (Open Innovation)
레고는 고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혁신 파트너'로 재정의했습니다. AFOL(Adult Fan of LEGO, 성인 레고 팬)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는 '레고 아이디어스' 플랫폼을 론칭했습니다.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R&D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이고 고객 충성도는 극대화했습니다.
③ 압도적인 IP 협업과 콘텐츠 확장
스타워즈, 해리포터, 마블 등 강력한 팬덤을 지닌 IP와 적극적으로 협력했습니다. 나아가 '레고 무비' 등을 크게 흥행시키며, 레고를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거대한 '문화 콘텐츠'로 진화시켰습니다.
4. 시장별 맞춤 전략: 실패에서 배운 '선택과 집중'
과거 레고는 현지 특성을 무시한 글로벌 표준화 전략의 한계로 인해, 한국(군포, 이천) 생산공장을 설립했다가 2005년 완전히 철수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레고는 이 뼈아픈 실패를 교훈 삼아 현재 철저한 시장 맞춤형 전략을 구사합니다.
- 성숙 시장(미국/유럽): 이미 확보된 고객층을 대상으로 브랜드 경험의 질적 향상에 집중합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한 '체험형 공간 마케팅'을 강화합니다.
- 핵심 성장 시장(중국): 세계 최대 완구 시장인 중국 문화에 맞춘 제품을 기획하고, 매년 8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하며 공격적으로 확장합니다.
- 신흥 시장(동남아/남미): 직접 진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 유통 파트너와 제휴하여 효율적으로 시장을 공략합니다.
5. 불확실성의 시대, 레고가 던지는 4가지 메시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글로벌 1위 완구 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레고의 경영 전략은 다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핵심역량 집중 전략: 성공 가능성이 낮은 사업 정리,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브릭'(본질)이라는 핵심역량에 모든 자원 집중.
- 고객 공동 창출 전략: 고객이 단순 소비자넘어 혁신의 파트너로 관계 재정의.
- 시장 맞춤형 가치 혁신: 각 시장의 특성(성숙/성장/신흥)에 맞는 진출 방식과 마케팅 전략의 차별화와 새로운 가치 창출
- 지속가능 성장 전략: 친환경 소재(환경), 탄소중립 공장(사회), 글로벌 공급망 재편(경영)으로 장기적 생존과 성장
흔히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 합니다.개인 혹은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강점이라는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큰 경쟁력을 가지는 방향이 될 것입니다. 본질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기업, 혹은 정체기에 빠져 돌파구를 찾고 있는 우리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거창하거나 위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오롯이 나만이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본질)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레고를 파산 위기에서 구해낸 '백 투 더 브릭(Back to the Brick)' 전략이 여러분의 삶에도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전략의 본질은 무엇을 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것이다."
(The essence of strategy is choosing what not to do.)
– 마이클 포터 (Michael 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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